인간관계에서 고통받고 부적응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인간관계 부적응은 그 원인, 발생양상, 내용, 심리적 결과 등에 있어서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개인의 인간관계 문제는 그 사람이 처한 주변 상황의 열악함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그 사람의 개인적인 성격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장기간 반복되어 온 만성적인 인간관계 문제를 지니고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은 어려움 없이 살아오다가 인생의 특정 시기에 갑자기 인간관계 문제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렇듯, 부적응적인 인간관계의 문제는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1. 인간관계 회피형
인간관계의 부적응을 경험하는 사람 중에는 인간관계를 회피하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회피형 중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와 동기가 적은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사람은 인간관계에 매우 소극적이어서 그 결과 거의 친구가 없거나 인간관계의 폭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인간관계 회피형은 달리 말하면 인간관계 고립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혼자 있을 때 가장 편하게 느낀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서 하는 일을 가능한 한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관계보다는 일, 특히 혼자 하는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회피하는 심리적 이유에 다라 두 가지 하위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간관계 경시형과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한 인간관계 불안형이 있다.
1) 인간관계 경시형
인간관계 경시형은 인간관계가 삶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으며 실질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달리 말하면, 인간관계보다는 학문이나 공부, 예술적 작업, 종교활동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인간관계에 시간을 들여 신경 쓰는 것이 헛된 낭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간관계 경시형은 평소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고독을 즐긴다. 그러나 이러한 기간이 장기화되면 이유 없는 권태감이나 무력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사는 것이 재미가 없고 활기를 잃게 된다. 삶에 대해서 허무주의나 비관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생겨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애정이 필요하며 인간관계 속에서 애정을 공급받지 못하면 삶의 의욕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 경시형은 인간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독특한 신념이나 인생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인간은 어차피 고독한 존재이다.' '사람 사이에는 어차피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인간관계를 위한 노력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주변엔 신뢰할 만한 가치 있는 사람이 없다.' 등이 있는데 이런 부정적 신념과 인생관이 형성되는 과정은 다양하다. 첫째로는 과거에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의 경우이다. 성장과 정에서 부모나 타인과 친밀하고 따듯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고립된 채로 성장하여 인간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기쁨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불행한 인간관계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이다. 부모나 가족의 불행한 관계를 목격하며 성장했거나 과거에 굳게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심한 배신감을 경험한 사람들은 인간관계 자체에 대해서 실망하고 좌절하여 인간관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형성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2) 인간관계 불안형
인간관계 불안형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인간관계를 피하는 사람들이다. 인간관계 불안형은 사람을 사귀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인간관계를 무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간관계 경시형과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을 피하고 고립된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들은 사람 만나는 일을 몹시 불안해하고 힘들어한다. 사람을 만나면 왠지 긴장되고 불편하며 피곤하다고 느껴 사람을 피하게 된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어려워 인간관계의 불안이 극심하게 나타나게 되면 대인공포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인간관계 불안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나 사고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로 들면 자신은 무가치하고 무능하며 사람들과 함께 살기에 부적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 중에는 성장과정에서 매우 엄격하고 비판적이며 평가적인 부모나 주변 사람의 영향에 의해 자기 가치감이 저하되고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2. 인간관계 피상형
인간관계 피상형은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 넓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듯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한 친구가 없는 사람들이다. 아는 사람은 많지만 진정한 친구가 없는 사람으로 내면적으로 고독한 사람이다. 인간관계 피상형은 자시느이 개인적인 은밀한 정보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며 또한 상대방의 사적인 은밀한 신상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해서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관계가 너무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위협감을 느끼므로 다른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피상적인 수준에서 사귀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런 인간관계 피상형은 피상적 인간관계를 맺는 이유에 따라 인간관계 실리형과 인간관계 유희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1) 인간관계 실리형
인간관계 실리형은 인간관계의 주된 의미를 실리적인 목적에 두는 사람들이다. 인간관계를 현실적인 이득을 위한 거래관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나 추구하는 목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방으로부터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되면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들은 인간관계에서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으며 따라서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인색하다. 이들은 인간관계를 현실적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상대방의 사적이고 내면적인 삶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시느이 약점이나 깊은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애정 중심적 인간관계보다 업무중심적 인간관계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사람들이다. 지나치게 성취 중심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인간관계 실리형이 많다. 인간관계 실리형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현대인들은 'give and take'라는 교환적 시장원리를 인간관계에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모든 것을 물질적 가치나 교환적 가치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관계 역시 득실과 이해관계로 파악하는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실리형으로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2) 인간관계 유희형
인간관계 유희형은 쾌락과 즐거움을 인간관계에서 얻는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인간관계를 재밌고 신나게 놀고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만나면 함께 술 마시고 노래하고 유흥을 즐긴다. 항상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드는 가벼운 농담이나 재미있는 놀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는 싫어한다. 인간관계 유희형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이나 속마음을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무거운 이야기를 부담스러워하며 피하는 경향이 있다. 함께 놀 친구는 많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깊이 있는 친구가 없다.
3. 인간관계 미숙형
인간관계 미숙형은 대인관계 기술 또는 사교적 기술이 부족하여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인간관계 회피형이나 피상형과 달리 다른 사람과 친밀하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맺고자 하는 상당한 욕구를 지니며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친밀한 인간관계는 이러한 욕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에는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기술이 필요한데 인간관계 미숙형은 이런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하고 미숙하다.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과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실패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외당하거나 빈번한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 미숙형은 대인관계 기술의 미숙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적응 문제의 양상에 따라 인간관계 소회형과 인간관계 반목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인간관계 소외형
인간관계 소외형은 미숙한 대인관계 기술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소외당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흔히 인간관계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불편하고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관계 소외형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자신의 외모나 옷차림에 무신경하거나 부적절하여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몸에서 냄새가 나거나 상황에 부적절하게 기이하거나 현란한 옷을 입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감이나 어색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둘째,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예의나 규범에 대해서 무지하고 그와 어긋난 행동을 자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례하고 버릇없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셋째, 자기중심적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든가 이야기의 주제를 일방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또는 약속을 하고도 이를 잘 지키지 않으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할 줄 모르는 등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넷째,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 사람이 중요한 토의를 하는 모임에서 엉뚱한 주제로 장황하게 이야기하거나 상황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나 농담을 하여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주요 특성은 앞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부적절하고 무례한 행동을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불쾌감과 불편함을 주는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다른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앞설 뿐 적절한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미숙하고 순박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 소외형은 이런 이유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소외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격렬한 갈등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귀찮고 불편하기 때문에 멀리할 뿐 특별히 미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 인간관계 반목형
인간관계 반목형은 여러 인간관계에서 다툼과 대립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인간관계 소외형과 달리 타인에게 호감을 주고 때로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언행에 쉽게 감정이 상하고 또 상대방의 감정을 자주 상하게 함으로써 인간관계에서 반목을 많이 경험하는 사람들이다. 주변에 친구도 있지만 서로 미워하는 경쟁자나 적을 다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4. 인간관계 탐닉형
인간관계 탐닉형은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마치 인간관계에 중독된 것처럼 혼자 있으면 불안하고 허전하여 참을 수 없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려지고 소외된 것 같아 괴로워하고 이런 불안과 고통을 덜어 줄 사람을 찾아 헤맨다. 또한 다른 사람과 피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깊이 신뢰할 수 있는 밀접한 관계를 맺으려 한다. 이들은 항상 서로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서로의 요구를 무엇이든지 받아 주며 심지어 생명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강렬한 인간관계를 원한다. 이런 관계의 형성을 위해 이들은 상당한 희생과 부담도 감수한다. 인간관계 탐닉형은 인간관계에서 충족시키고자 하는 심리적 목적에 따라 인간관계 의존형과 인간관계 지배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인간관계 의존형
인간관계 의존형은 자신이 매우 외롭고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내면에 깔려 있다. 혼자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들고 괴롭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전폭적으로 자신을 맡기고 의지하려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과 종속적인 인간관계를 맺게 되며 흔히 추종자의 위치에 만족하게 된다. 인간관계 의존형은 의지하는 상대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가지 않을까 늘 두려워하고 의심한다. 그래서 자신의 많은 것을 주고 희생하며 의존적인 관계를 확인하고 유지하려고 매달린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지나치면 상대방에게 많은 심리적 부담감을 주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다.
2) 인간관계 지배형
인간관계 지배형 역시 혼자서는 허전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인간관계 의존형과는 반대로 자신의 주변에 누군가를 추종세력으로 거느리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자신의 뜻대로 지휘하고 통솔하는 지배자의 위치에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자신을 신뢰하고 찬양하며 헌신적으로 따르는 사람을 원한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사람을 끄는 매력과 지도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자신을 중심으로 세력과 집단을 만들려고 한다. 인간관계 지배형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경쟁적인 경향이 있어 여러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적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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