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자인 Argyle(1983)은 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대인 동기들을 제시한 바 있다.
1. 생물학적 동기
인간은 생존을 위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생물학적 동기를 지닌다. 이런 생물학적 동기에는 먹고 마시고 따뜻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등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동기가 포함된다. 이런 생물학적 동기의 충족을 위해서 인간은 타인을 필요로 한다.
2. 의존 동기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보호받으려는 의존적 동기를 지닌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의존적인 존재이다. 이런 의존 동기는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가장 무력한 상태로 태어나는 동물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독립적 생활을 하기까지 가장 오랜 양육기간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이렇게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인간은 출생 시부터 장기간 부모의 보호 아래 양육되어야 한다. 즉,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타인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의존적인 존재이다.
신생아가 선천적으로 행하게 되는 행동 패턴 중에는 부모의 관심을 끌고 보호와 애정을 얻기 위한 것이 많다. 신생아가 나타내는 잡기 반사(frasping reflex)는 양육자를 붙잡고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의존적 본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들이 사람을 보고 웃음을 짓는 배냇 웃음도 부모나 양육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본능적 행동으로 이해되고 있다. 또한 신생아는 선천적으로 두 눈과 여자 목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선천적 경향을 지닌다고 한다.
3. 친애 동기
인간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친애 동기를 가지고 있다. 의존 동기는 자신보다 강하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의지하려는 대인 동기인 반면, 친애 동기는 대등한 위치에 있거나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며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대인 동기이다. 즉, 친애 동기는 친구와 벗을 얻고자 하는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친애 동기는 여러 가지 적응적 기능을 한다. 첫째, 같은 또래와 가깝게 지냄으로써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은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평가한다. 이때 자신과 비슷한 특성과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얻은 정보가 자신을 평가하는 데 보다 적절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친애 행동은 불안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Schachter(1959)는 실험적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검증한 바 있다. 그는 한 집단의 실험 참여자에게는 앞으로 시행할 실험에서 고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지시를 통해 불안을 느끼게 한 반면, 다른 실험 참여자 집단에게는 그러한 불안을 유발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같은 실험에 참여할 낯선 사람들과 함께 기다리는 동안, 각 집단의 실험 참여자들이 나타내는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불안을 느낀 참여자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다른 사람들 간의 교류를 증진시키며 사회적 교류를 통해 불안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 이밖에도 같은 또래나 같은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들은 지식, 의견, 태도, 흥미 등에 있어서 유사점이 많기 때문에 교류 속에서 보다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는 긍정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친애 동기는 사회적 교류를 통해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보상을 얻게 하는 적응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4. 지배 동기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동기를 지닌다.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의 뜻에 따라 복종해 주기를 원한다. 즉,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동기가 내재해 있다. 이런 지배 동기는 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 주요한 대인 동기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지배 동기는 권력을 추구하는 욕구이다. 권력은 타인의 행동과 운명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인간은 인간관계 속에서 이러한 권력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5. 성적 동기
다양한 인간관계 중 특히 이성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대인 동기가 성적 동기이다. 성적 동기는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나타내게 하고 이성에게 접근하여 구애 행동을 하게 한다. 이런 성적 동기는 종족보존을 위해 필수적인 생물학적 동기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동물은 성적 동기를 지니며 특히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발정기나 배란기를 전후하여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여 교미를 한다. 그러나 동물은 이러한 기간이 지나면 이성에 대한 성적 동기가 현격히 감소하는 주기적 양상을 나타낸다.
인간의 경우, 사춘기가 되어 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신체에 여러 가지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이성에 대한 성적 동기가 높아지게 된다. 여성의 경우 성호르몬이 주기적으로 분비되어 성적 동기에 영향을 주지만 그 영향력이 적다. 즉, 인간은 동물과 달리 지속적인 성적 동기를 지니게 될 뿐만 아니라 성호르몬 수준보다 외부적인 성적 단서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성적 동기는 인간으로 하여금 이성에 대한 접근 행동을 유발하는 주요한 대인 동기가 된다.
6. 공격 동기
인간은 때때로 다른 사람을 해치는 공격행동을 한다. 인간관계에서 신체적으로든 언어적으로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공격행동이 흔히 일어난다. 청소년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집단 괴롭힘의 경우와 같이, 때로는 공격행동이 특별한 이유 없이 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적대적 행동은 공격성에 의해 유발된다. 공격 동기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해치고 손상시키려는 욕구를 의미한다.
공격 동기는 개체 보존과 종족보존을 위해 적응적 기능을 하는 주요한 동기이다. 인간의 공격성을 기본적으로 동물의 공격성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나타낸다. 인간은 공격행동을 자제하게 하는 여러 가지 심리적 기제를 지니고 있지만 때로는 더 파괴적인 공격행동을 하기도 한다. 동물의 경우, 일반적으로 배고픔이 해소되면 더 이상 약한 동물을 공격하지 않으며 같은 종끼리는 공격을 하더라도 살상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무자비한 공격을 통해 타인을 살상하기도 하며 현실적인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Freud는 성적 동기와 더불어 공격적 동기를 인간의 2대 동기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공격성은 크게 분노적 공격성과 수단적 공격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분노적 공격성(angry aggression)은 좌절에 대한 반응으로 유발되는 공격동 동기를 의미한다. 인간은 좌절을 경험하면 좌절을 유발한 대상에 대해 공격행동을 나타낸다. 좌절을 유발한 대상에 대해 미움과 분노의 감정을 지니고 복수하기 위한 공격행동을 나타낸다. 이와 달리, 재물이나 권력과 같은 현실적 이득을 얻기 위해 방편적으로 행해지는 공격성을 수단적 공격성(instrumental aggression)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공격하는 대상에 대한 분노나 미움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얻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할 뿐이다. 이밖에도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과시하기 위한 공격행동이나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쾌락을 얻기 위한 공격행동도 있다.
7. 자기 존중감과 자기 정체성의 동기
인간으로 하여금 사회적 행동을 하게 하는 주요한 대인 동기 중에는 자기 존중감의 동기가 있다. 자기 존중감의 동기는 자기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한다. 이런 자기 존중감은 긍정적인 자기 평가에 근거하며, 긍정적인 자기 평가는 다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긍정적 반응을 통해 확인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일관성 있고 명료한 자기상을 가지려는 자기 정체감의 동기를 지닌다. 즉, 자신을 타인과 구분되는 개성 있는 독특한 존재로 인식하려는 욕구를 지닌다. 이런 자기 정체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교를 통해 자신의 독특성을 확인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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