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항상 단순하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사고 내용을 사실성, 유용성, 논리성의 관점에서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 생각에 사실적이고 논리적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면, 이에 대안하는 사고를 생각할 수 없다. 이렇게 된 경우에는 자신의 대인 신념을 탐색해보게 된다.
예를 들면, 친구가 너는 너 생각밖에 할 줄 모른다라는 말을 들은 경우에 '이 친구가 나를 비난하면서 의도적으로 무안을 주려고 하는구나'는 것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당장은 그 친구의 전체적인 발언 내용과 행동을 살펴보면 앞의 해석과 달리 다른 대안적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사고 분석을 통해서 자신의 대인 신념을 찾아볼 수 있다.
친구가 '너는 왜 너 생각밖에 못하니?'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나에게 어떻게 해석되는 건가?
ㅣ
'이 친구가 나를 의도적으로 비난하고 무안을 주고 있다.'
이 해석이 맞다고 한다면, 나는 왜 이렇게 의미를 해석하고 화가 나는가?
ㅣ
'친구는 어떤 일이든지 나를 비난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고 분석을 통해서 '친구란 어떤 상황에서라도 서로 비난해서는 안된다'라는 대인 신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친구인 너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나를 비난해서는 안된다'라는 암묵적인 규범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친구가 나의 신념에 위반하는 행동을 하며 자신이 두었던 규범을 어기자 친구에게 화가 났던 것이다. 이렇게 부정적인 사고가 자신에게 의미하는 것을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역기능적 신념을 찾아내는 수직 화살표 기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내가 친구에게 기대한 대인 신념을 확인하고 나면, 그 신념의 타당성에 대해서 생각해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 필요하다. '친구란 서로 비난하면 안 되는 사이인가?, 항상 어떤 상황에서라고 비난하면 안 되는 것인가?, 친구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고 나는 그 친구를 비난해서는 안되는가?, 내가 가진 이 신념은 정말 현실적이고 정당한 것인가?, 내가 친구에게 부여한 규범은 친구가 지킬 수 있는 수준인가?'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힘든 대인 신념을 가진 사람은 평소 실제의 대인관계에서 남들보다 많은 갈등과 충돌을 겪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신이 암묵적으로 매긴 규범을 어기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음 단계에서는 좀 더 현실적이고 부드러운 대인 신념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면, '친구 사이에도 때로는 서로를 비판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친구가 잘못하고 있을 때는 비판할 수 있다. 나의 잘못을 무조건적으로 덮어준다고 좋은 친구는 아니다. 때로는 나의 잘못을 지적하여 일깨워주고 나에게 반성과 이를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친구도 필요하다. 나의 단점 혹은 잘못한 점을 비난한다고 해서 친구가 나 자체를 비난하고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안적 생각도 할 수 있다.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은 친구가 '너는 너 생각만 한다.'라고 말을 했을 때 약간의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지만, 화가 엄청나게 많이 나서 그 친구를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행동은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친구가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잘 듣고 내가 잘못한 게 맞다면 이를 잘 받아들여 고치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친구가 이치에 맞지 않게 비난한다면 그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자신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그래도 친구가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그 친구만의 생각이구나'라고 여기면 된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서 '나는 나만 생각한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가 모두에게 '나만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는 친구의 모든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친구의 모습 중에서 어느 일부분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더라도 다른 긍정적인 면을 보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물 흐르듯이 굽이굽이 생각을 하게 되면, 친구가 '나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 말은 더 이상 친구와의 관계를 나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말의 의미를 확대해서 해석하고 분노를 표출하며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면 친구관계를 끝내 무너질 수도 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불쾌한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에 부정적인 감정에만 집중하여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행동을 부적절하고 어리숙하게 행동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도 악의적이고 부정적인 의도라고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자신의 사고에 대해 확신을 하기 때문에 대안적인 생각을 할 여유를 갖지 못하여 자신의 해석 내용을 사실적이며 논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대안적인 사고를 생각해 본다 해도 그러한 사고는 낙관적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기 위해 억지로 든 생각이지 사실적인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낀다.
부적응적인 인간관계를 나타내는 사람은 대게 딱딱하고 비현실적인 대인 신념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여러 가지의 어려운 규범을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규범은 비현실적인 것이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도 지키기 어렵다. 그로 인해 상대에게 불쾌한 감정과 분노를 느끼며 표출하게 되고 자신에 대해서는 자책을 하게 된다. 이렇게 대인 신념과 규범을 자신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필수적인 것으로 느끼기에 다른 대안적인 신념을 생각할 수 없다. 만일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서 생각해본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신의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긴다. 이러한 부정적인 사고방식과 신념은 짧은 시기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거쳐서 얻은 습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신념은 긴 시간 동안 쌓아온 것이기에 결코 짧은 시간 내에 쉽게 변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노력한다면 사고방식과 신념은 변할 수 있다. 이전에는 쉽게 분노하고 불안감을 느꼈을 상황에서 더 여유롭게 감정을 다스리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인간관계와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Fromm의 성숙인격론 (0) | 2022.10.16 |
---|---|
대인환경의 개선 (0) | 2022.10.13 |
대인사고의 발견 및 합리성 평가 (0) | 2022.10.09 |
효과적인 협상 방법 (0) | 2022.10.08 |
대인갈등 해결하기 (0) | 2022.10.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