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시작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발전되고 심화한다. 우리는 보통 절친한 인간관계를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친밀한 관계란 내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으며 상대 또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아는 관계를 뜻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인간관계는 심화되고, 인간관계가 심화되면 서로에게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알아보며 알려주게 된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자신을 열어 보이는 것을 자기 공개라고 한다.
자기 공개(self-disclosure)는 자신에 관한 정보를 타인에게 알리는 것을 뜻하는데 인간관계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Jourard, 1964, 1971). 우리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그 사람에게 친밀감과 신뢰감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상대방을 잘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속성을 잘 이해하게 되고 그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자기 공개를 많이 할수록 친밀해지고, 친밀할수록 자기 공개가 증가한다. 즉, 자신을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알림으로써 상대방에게 자신에 대한 친밀감과 신뢰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사람마다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기술은 다르기 마련이다. 자신을 자연스럽게 잘 공개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쉽게 형성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기 공개를 잘하지 못해 인간관계의 형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인간관계를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게 하는 주요한 원인은 자기 공개의 수준이 아직 깊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자기 공개는 중요한 대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1) 자기 공개의 과정
인간관계에서의 자기 공개는 상당히 세심한 과정과 규칙을 통해 이루어진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떤 단계에서/ 공개할 것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규칙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규칙을 잘 이해하면서 적절하게 자기 공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자개 공개에는 여러 수준으로 나뉘어 있고 친밀해질수록 자기 공개의 수준이 깊어진다. 초기의 인간관계에서는 이름이나 나이, 직업 등과 같은 개인의 공적인 정보를 알리는 피상적인 자기 공개가 이루어진다. 이후에 관계가 점차 진전될수록 개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공개된다. 관심사나 취미, 개인의 가치관 등과 같은 개인의 사적인 취향이나 태도가 공개되고 더 나아가서는 개인의 매우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개인적 고민이나 갈등, 현재 마주한 어려움 등과 같은 정보가 공개된다.
둘째, 자개 공개는 한 사람이 많이 하면, 상대방의 자기 공개도 증가하는 상호 교환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나의 자기 공개는 상대방의 자기 공개를 촉진한다. 예를 들면, 여러 사람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경우에 첫 번째로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이 자신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다음 사람들 역시 자신에 관해 자세하게 소개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첫 번째로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이 자신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그다음 사람들 역시 간략한 정보를 소개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에 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공개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자기 공개의 수준은 상대방과의 균형을 이루면서 점차 발전하고 심화한다. 한 사람이 좀 더 깊은 자기 공개를 하게 되면, 상대방 역시 유사한 수준의 자기 공개를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친구에게 처음으로 가족 간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친구도 자신의 갈등 상황이나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이처럼 좀 더 깊은 수준의 자기 공개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증가됨으로써 인간관계가 심화된다.
그러나 나의 자기 공개에 대해서 상대방이 비슷한 수준으로 호응하지 않는다면 나의 자기 공개 수준이 더 깊은 수준으로 진행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지닌 사람들 중에는 자발적인 자기 공개를 주저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자기 공개에 호응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로 인해, 자기 공개의 심화과정이 중단되고 피상적인 수준에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게 되고 자기 공개가 역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자기 공개가 너무 빠르게 깊은 수준으로 이루어지면, 상대방은 오히려 불편감을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이 깊은 공개를 하면, 자신도 비슷하게 깊은 공개를 해야 할 것 같은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기 대문이다. 깊은 수준의 자기 공개를 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 사람은 오히려 그런 관계를 회피하게 된다. 따라서 자기 공개는 상대방과의 균형을 이루면서 점진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규칙들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자기 공개를 하게 되면, 인간관계가 심화되는데 깊은 수준의 상호적 자기 공개를 통해서 서로를 잘 알게 된다. 이로 인해서 대화의 주제가 넓어지고 상대방의 말을 잘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상대방의 행동을 파악하고 예상할 수 있게 되면서 상대방의 의도를 오해하는 일이 줄어 갈등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편안함까지 느끼게 된다. 때로는 서로에 대한 비밀을 공유함으로써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깊은 수준의 자기 공개는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신뢰의 표시이다. 이는 자신의 약점이나 고민을 이야기해도 상대방이 자신을 비웃거나 무시하지 않고 잘 이해하고 공감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이처럼 깊은 수준의 자기 공개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을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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